'실패의 과정'을 생각하다
늘 도전적인 자세로 사업에 임하는 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 중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습니까?"
나는 그때마다 단호하게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습니다. 또한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을 이룰 수도 없습니다."
내가 이제까지 도전한 여러 사업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정말 뼈아픈 실패를 맛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한번은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는데 일류 대학 출신 100명 정도를 영입한 적이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웅진터미네이터'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나름대로 참신한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투자금 100억 원을 날린 채 끝나버렸다.
그러나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업은 나를 물질적으로 윤택하게 해주었고, 실패한 사업은 나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175p)
윤석금 지음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 도전하는 승부사 윤석금의 경영 이야기' 중에서 (리더스북)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과 함께 법정관리 행을 선택한 것이 최근 경제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웅진과 윤석금 회장의 요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 안타까움은 맨손이었던 '책 외판원'으로 시작해 재계 30위권의 그룹을 일군 '윤석금 신화'가 최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최근 그를 놓고 벌어지는 '모럴 해저드' 논란 때문입니다.
한 언론은 오늘 이렇게 웅진과 윤회장의 미래를 전망했더군요.
"전격적인 법정관리를 선택한 윤석금 회장은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채권시장에서도, 금융권에서도 모두 신뢰를 잃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의도대로 법정관리가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설령 윤석금 회장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다시 정상기업을 경영하게 되더라도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채권자와 은행 등을 너무 얕잡아 보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했다."('금융권 분노 폭발…"법정관리 지켜봐야 한다"',이데일리,2012.9.27)
윤회장이 이번에 법정관리행을 선택하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웅진홀딩스까지 법정관리를 택한게 자신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불신의 눈초리가 많다는 것이지요. 윤회장이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 이후 '기존 관리인 유지 제도(DIP)'를 통해 자신이 홀딩스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언론들의 해석이 그것입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이 은행들의 뒤통수를 치고, 지분 73.9%를 보유한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배임·횡령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금융권 분노 폭발…"법정관리 지켜봐야 한다"',이데일리,2012.9.27)
'재기를 위한 승부수'라고 했던 웅진코웨이 매각이 매각 대금 납입 직전에 무산된 것을 놓고도 말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웅진그룹이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고 했던 웅진코웨이를 보유하기 위해 매각 대금 납입 시점인 10월 2일 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웅진코웨이 매각이 자동 무산되는데, 웅진그룹이 그룹의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를 갖고 가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웅진, 법정관리 불가피한 선택?‥사전 준비 정황 드러나', 조선일보, 2012.9.27)
이밖에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회장 부인과 친인척, 고위직원들이 웅진씽크빅 주식을 미리 팔아치웠다거나, 극동건설이 법정관리 전에 알짜 제주도 호텔을 웅진식품에 매각했다거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직전에 계열사 빚부터 갚았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웅진그룹이 이처럼 흔들리게 된 것은 건설업(극동건설), 에너지(태양광), 금융(저축은행)이라는 3개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이후부터입니다. 오래전에 경제노트에서도 말씀드렸던 대로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이지요.
착찹한 마음에 서가에 있던 윤회장의 책('긍정이 걸작을 만든다')을 꺼내 보았습니다. 어찌보면 실패 그 자체는 별 것 아닐 수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실패 그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요.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습니다. 또한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을 이룰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의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신뢰를 지키느냐 잃느냐입니다. 윤회장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썼더군요.
"성공한 사업은 나를 물질적으로 윤택하게 해주었고, 실패한 사업은 나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가 훗날 재기를 하던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해 다른 삶을 살던 그의 인생은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윤회장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쓴 글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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