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지난 한 달 모두연에서 진행하는 AI 20204 코칭스터디에 참가했다.
운이 좋았다. 다양한 곳에서 일하시는 분 학습 중 분 등 성실한 팀원분들을 만났다. 그 분들 덕에 정말 많은 팀 중 우수 팀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나를 비롯해 피해 팀원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문제는 발생하고 말았다.
호기롭게 올린 내 블로그 포스팅으로 인해, 낮에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저녁에는 대학원 생활을 하시는 - 말 그대로 주경야독의 삶을 사시던 한 팀원의 논문 승인 과정에 불미스런 문제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분쟁이 팀원간 벌어졌어도 리더의 책임이 적지 않은데 오히려 이 문제는 내 인지 감수성 부족이 발단이 되었다.
배경은 이렇다.
익히 알고 있던 모두연에서 진행하는, 코칭스터디에 리더로 참가를 신청했다. 설마했지만 운이 좋게 리더로 선정었다. 나의 넘치는 의욕이 못지않게 팀원은 한 분 한 분 모두 열심히 해주셨다. 자유 게시판의 다른 팀에서는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많았다.
난 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아무도 자신만의 깃헙나 개발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이거라도 이바지해보자는 생각에 부족하지만.. 내가 사례가 되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터디 중간마다 진행 사항과 실습 코드 내용을 깃헙에 등록하고 업데이트하며 팀원들과도 공유해왔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을 내서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에 관련 내용을 포스팅해왔다.
문제는 지난 20일 오전, 팀원 분의 급한 요청을 받고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관련 관련 글을 삭제하였지만.. 이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팀원 분께서는 몸과 심적으로 하지 않으셔도 될 힘든 상황에 놓여버리고 말았다. 말그대로 낭패인 것이다. 사실 나에게 시말서를 쓰는 이유는 단지 여기까지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선언적인 포스팅을 쓰는 이유는, 나의 편향과 나의 잘못된 인지 감수성을 바로 지적하고 싶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논문 작성과 승인의 과정을 경험해보지 못한, 지금 문제에 대한 아무런 상황을 모르고 있던 당시의 나로서는 사실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누차 깃헙과 블로그를 강조해온 나로선, 사전에 배포에 금한다는 메시지를 듣지 못한 나로선, 팀 협업의 과정에서, 내가 전문을 읽고 발췌한 것이 아닌 작성자의 발췌 내용을 공유받은 내용을, 작성자와 출처를 명시하여 포스팅했는데 뭐가 문제가 되지 싶었다. 오히려 단순히 삭제하면 끝나는 문제로 가볍게 생각했다. 심지어 이 정도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하는 대학 논문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 지성인들에 대한 불편함까지 생겨버렸다. 처참하다. 이 뿐만아니다!
나의 미안함을 어떻게든 서둘러 극복하고자, 어서 빨리 나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그 팀원에게 내 나름데로의 해결방안을 공유하며 그 분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을 계속이어갔다. 나는 결국 궁금한 사실을 다 듣게 되었고 어느정도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상처를 돋구는 결과였을 것임에 분명했다. 상처뿐이었다. 그 팀원에게는 말이다.
이렇게 타이핑을 하면서도 손이 떨린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결과만 수동적으로 기다리다보니 불안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그 정도로 처절하게 비겁해져버린 것이다. 그러한 비겁함은 - 나로 인해 발생한 누군가의 불편과 허탈함에 사로잡혀 문제를 타자화했고 그렇게 참혹한 태도가 되어 버리는 그 순간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상황고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더이상 이 사실과 일련의 과정에 대해 스스로 묵과할 수가 없었다.
상처뿐인 팀원은 이 와중에도 하소연할 곳 없이 또다른 논문을 작성하느라 본업인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 빠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이다. 아무리 타인의 잘못을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가 더 어려운 법이라지만.. 나는 나를 어떻게든 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또한번 씁쓸하고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음을 직감하게 된다. 먹먹한 감정조차 사치라는 생각이다.
논문 승인 결과는 일주일정도 남았다. 결과를 떠나, 내가 알게 된 나의 잘못과 일련의 비겁함은 그리고 이로인해 이미 일어나버린 팀원의 수고와 심적 피로감에 대해서는 하루 빨리 응당 피난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미 벌어진 문제를 돌이켜 해결할 수는 없어도.. 문제를 직시하고 잘못을 명백히 드러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어 리더로서 부족한 자질과 태도 그리고 잘못된 인지 감수성에 대해 모두연 코칭 스터디 운영자분께 메시지를 남겼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메일을 확인해달라며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수료는 물론이고 우수 미션에 대한 수상은 부적절하며.
상기 기록 사실에는 허위가 없다.
나의 지난 불미스러운 행동을 돌이켜 반성코자
일련의 경위를 담은 공개 시말서(始末書)를 남긴다.
'느린 날들이 모여 멀어져간 오늘.. > 마흔 넘어의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관의 의미 (0) | 2024.09.03 |
---|---|
나이가 들면 (0) | 2024.06.18 |
건강 또는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가 (0) | 2024.06.12 |
화들짝, 봄이 피었네 (0) | 2024.03.27 |
투명성에 대한 소고 (0) | 2024.0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