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hink normal
기획 노트/핏과 결에 대한 소고

적당한 거리의 죽음(기세호)를 읽다가 - 인공지능을 생각하다가

by 청춘만화 2019. 3. 22.

적당한 거리의 죽음(기세호)읽으며 거리의 문제, 구체적으로 간격의 상실이 일으킨 삶의 변화상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던지다. 

 

 

하이데거의 <사물> 중에서
몇 주 또는 몇 개월이 걸려서야 갈 수 있는 곳을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밤사이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들을 수 있었던 사건, 아니 전혀 알 길이 없었던 사건들도 오늘날의 사람들은 라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듣고 순식간에 안다. 
인간은 가장 먼 거리들을 정복함으로써 모든 것을 자신 앞 최단 거리에 갖다 놓는다. 그러나 성급하게 모든 거리를 제거한다. 가까움이란 거리를 축소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름의 화상과 라디오의 음향을 통해 우리와 최소의 거리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 가장 먼 것일 수도 있다. 작은 간격short distance이 곧 가까움nearness은 아니다. 큰 간격great distance이 곧 멂remoteness은 아니다. 

부분은 4년 전 스타트 업을 하면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획을 할때 고민했던 내용과 유사해서 기록해둔다. 당시 얻은 인사이트는 빠른 인터넷은 인간에게 더 많은 시간을 제공하는가- 였다. 답은 아니다. 이다. 이는 도로가 확장되면 도로가 막히지 않게 되는가? 를 통해 추론하였다. 답은 아니다. 이다. 도로가 넓어지면 차들이 더 몰린다.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지면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찾게 된다. 아니,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아.. 이런, 이는 마치 서울에 IT 근로자들이 지방의 IT 근로자들에 비해 야근을 더 늦게까지 하는 통계(대중교통과의 상관관계)와도 유사한 결론에 다다른다. 인공지능 또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음성에 대한 인식률과 빈도를 과거 사용자의 패턴을 기반으로한 상관관계는 루틴한 상황을 벗어나게되는 순간, 거의 대부분의 일상에서.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출력하게 된다. 문제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는 문제와 상관된 사실과 질문들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관계가 맺어져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공간은 살해당했다(p.54) 중에서  
상실된 거리감은 곧이어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위도와 경도로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는 지구상의 모든 장소들은 그 각각의 고유성보다는 하나의 동일한 시스템상의 수치적 차이점들로 인식된다. 제 나름의 아우라를 잃고 말 그대로 균질하게 취급당한다. 균질해진 공간은 필요에 따라 편집 가능해진다. 

각 지역별 시민들이 지니고 있는 인식과 심리적 거리, 경험 등을 측정해서 이를 토대로 여러 지역간 인식?의 지도를 만들어보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구절이다.

 

Guy Debord의 「벌거벗은 도시(The Naked City)」(1957)

The Naked City, 1957 Guy Debord    http://imaginarymuseum.org/LPG/Mapsitu1.htm

인간은 3차원의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물체가 아닌, 세계속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 메를로 퐁티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계로의 존재'이다. 그리고 바로거기, 몸과 세계 사이에서 지도가 생성mapping된다.
지도는 내 몸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기록한 결과물이고, 맵핑이 바로 그 관계 맺기의 과정이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어느 곳이든 쉽게 도달할 수 있어도 그곳을 내 삶의 터전으로 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드보르는 작품을 통해 근대화된 도시 공간에서 겪는 거주방식의 변화, 달라진 의미화의 방식을 표현했다. 
해석1) 화살표를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는 눈길을 잡아끄는 것들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그의 몸은 도시 속을 이리저리 흘러간다. 방황하는 발걸음 속에서 정위는 더욱 어려워지고,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하다. 매 순간 눈길을 사로잡아 잠시 머물렀던 그 장소들은 하나의 동선에 속하긴 하지만 통일된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해석2) 지도의 파편들은 방황의 무목적성, 장소성의 상실보다는 여러 조각으로 찢어진 삶의 장소들일 수 있다. 어쩌면 하루 이틀 동안 지하철을 타고 일상을 따라 여기저기 이동한 기록물일지도 모른다. 우리 삶의 흐름은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비로소 매듭지어진다. 변화한 도시에서의 경험은 도시와 그 바깥 경계를 단순히 방치된 장소로 만들어 버린다. 광역 교통 수단들 속에서 그냥 지나쳐지는 장소로 만들어 버린다. 드보르의 맵핑이 하이데거가 말한 간격이 사라진 세계의 경험 양상을 표상한 것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 참고 키워드

1) 도시 공간의 박물관화 : http://www.kgeography.or.kr/homepage/kgeography/www/old/publishing/journal/48/05/07.pdf

2) 심리지리학  http://seoulgrandmother.com/tag/%EC%8B%AC%EB%A6%AC%EC%A7%80%EB%A6%AC%ED%95%9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