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우의 노멀 노트)
때늦은 포스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RSS 피드들을 훑어 보고 있다. 누적되어있는 몇만개..ㅜㅜ 이상의 메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있다.
그 중 한 카테고리가 예병일의 경제노트 이다.
누적되어 있는 피드들을 순차적으로 읽는건 너무 바보 같고 그 중 눈에 띄는 녀석들을 하나 둘 읽다가 눈에 띄는 단어가 있어 기록에 남긴다.
품격
내 나이 삼팔광땡 백수 노총각. 타인이 판단할 수 있는 비루함은 그렇다쳐도 스스로의 품격은 지켜야하지 않은가-
아래 내용은 지지난 대선의 이야기이다. 오바마와 매버릭의 대선 과정을 통해 매버릭이 보여준 품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정한 보수는 이런 분을 말하는 것 같다. 진정성은 역시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오고 궁지에 몰렸을 때 들어나는 것 같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매버릭'(maverick).
개성이 강한 사람, 독립적인 사람, 독자 노선파라는 뜻입니다. 독불장군, 이단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불렸던 미 공화당의 거목 존 매케인 상원의원(81)이 뇌종양으로 25일 별세했습니다.
지난 일요일(8.26) CNN을 보니, 하루 종일 그의 별세 소식을 방송하더군요. 마치 전현직 대통령이 별세한 듯 미국 전체가 추모 분위기였습니다.
매케인의 별명이 '매버릭'이었습니다. 정파적 이해에 함몰되지 않고 독자노선을 추구하던 그에게 붙은 별명입니다. 그는 '미국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정파나 당리당략을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초당적인 존경을 받은 이유입니다.
하루 전인 토요일(8.25) 매케인의 가족이 치료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때부터 CNN은 '미국의 영웅'(American Hero)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매케인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하더군요.
CNN의 표현대로, 그는 '미국의 영웅'이었습니다.
우선 '전쟁 영웅'이었지요. 매케인은 1967년 베트남 전쟁 당시 자신이 몰던 비행기가 격추돼 인질로 잡혔고, 고문을 받으며 5년간 포로생활을 했습니다. 월맹군은 그의 아버지가 1968년 베트남 전장의 모든 미군을 관할하는 '태평양 지구 총사령관'(Commander-in-Chief, Pacific Command (CINCPAC))으로 임명되자, 아들을 우선 석방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들은 "나보다 먼저 붙잡힌 포로가 모두 석방될 때까지 풀려날 수 없다"며 거절했고, 아버지 역시 거절하며 아들이 잡혀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했습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습니다. 이는 매케인을 미국의 애국심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는 또 품격있는 '정치 영웅'이었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바마와 경쟁했던 2008년 대선에서 본 장면입니다. 유세 중 한 여성 지지자가 오바마의 인종과 성향을 문제 삼으며 "그를 믿을 수 없다. 아랍인이다"라고 하자 매케인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경쟁자 오바마를 옹호했습니다.
"아니다. 그는 점잖은 가정의 훌륭한 미국 시민이다..."
당시 매케인의 정확한 워딩은 아래와 같습니다.
"No ma'am, he's a decent family man, citizen, who I just happen to have disagreements with on fundamental issues, and that's what this campaign is all about,"
'decent'는 '품위 있는, 예의 바른'이라는 의미이지요. 근거도 없는 악의적인 비난이 판을 치는 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매케인이야말로 '품격'을 보인 것입니다.
2008 대선 유세에서 그가 한 또 다른 말에서도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시 반대 여론이 높았던 이라크전 증파안을 옹호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국이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내가 선거에서 지는 편이 더 낫다."
그는 일단 여론에 편승하는 손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겁니다. 그의 워딩은 이렇습니다.
"I would rather lose a campaign than a war."
결국 그는 오바마에게 패했지만, 멋진 승복연설을 남겨 또 한번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계속 CNN에 채널을 고정해 놓았습니다.
매케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품격있는 군인, 품격있는 정치인, 그리고 그 이전에 품격있는 인간이었던 매케인. 그의 모습을 기억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TV를 보며 그런 그를 인정해 정치인으로 선택하고 존경하는 미국사회의 분위기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안되겠지요.
우리도 정파적 이익과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주목받고 튀고 싶어만 하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우선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품격있는 정치인'을 선거에서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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