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월간지 '럭스멘' 5월호에 실린 제 컬럼입니다.)
마케팅과 경영은 인문고전과 통한다. 얼핏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 모두 ‘인간’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자의 중용과 통합의 철학을 마케팅에 접목시켰다. 우선 ‘중용’이다. 공자가 말한 중용은 '산술적인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융통성 없이 그 산술적인 중간만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한 극단'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용이란 양단의 중간을 붙잡지만 이 중간은 고정된 중간이 아니다. 공자의 중용을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중용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양단의 중간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중간이다. 심지어는 오른쪽 끝이나 왼쪽 끝까지도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용은 유연한 사고를 함축하고 있다.“ (130p)
이런 공자의 중용은 마케팅과 경영에도 적용된다. 좋은 예가 있다. 국내의 한 그룹 각 사업부들이 매년 매출성장률과 이익성장률을 합쳐 20퍼센트를 넘어야 한다는 관리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각 사업부가 경기상황에 따라 매출성장률과 이익성장률 목표를 조정하게 했다.
예를 들어 경기하강기에는 매출성장률은 5퍼센트로 하고, 대신 원가절감을 통해 이익성장률을 15퍼센트 이상으로 잡는 것이다. 반대로 경기상승기에는 매출성장률은 15퍼센트 이상으로 잡고, 대신 이익성장률을 5퍼센트로 낮춰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요소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용’도 필요하다. 단기적 목표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장기목표를 관리하는 것, 경쟁력이 부족한 공장들을 폐쇄하면서 신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에 거액의 투자를 하는 것, 유연한 조직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엄격한 성과지향적 문화를 만드는 것. 어렵지만 경영자가 취해야할 중용에서 배우는 지혜이다.
공자의 ‘반구제기’(反求諸己)의 가르침도 의미가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고 말했다. ‘맹자’에도 “일을 행해서 얻은 것이 없다면 모두 자신을 탓하라”는 말이 있다. 저자는 매출이 부족할 경우 그 원인을 자신의 마케팅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매출부진을 소비자의 기호변화나 환경변화의 탓으로 돌리면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 그렇더라도 이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자신의 탓으로 돌려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서 찾으면 그들을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나를 먼저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공자는 또 생각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을 경계했다. “계문자는 세 번 생각한 뒤에야 행동으로 옮겼다. 공자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생각은 두 번이면 족하다’고 하였다.” “군자는 말은 어눌해도 행동은 민첩하길 원한다.” 모두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경영이라는 전쟁터에서도 승리하는 사람은 생각을 먼저 한 사람이 아니라 실천을 먼저 한 사람이다.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여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하는 것이다.” 공자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한 말이다. 공자는 가까운 고객을 먼저 만족시켜야 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가까이 있는 직원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최종고객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1차 고객인 임직원, 2차 고객인 협력업체나 제휴업체, 그리고 3차 고객인 시장의 소비자를 대하는 경영자와 마케터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공자의 이런 생각은 가까운 기존 고객의 호평을 통해 멀리 있는 잠재고객을 오게하는 ‘입소문 마케팅’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공자에게 배우는 경영과 마케팅의 지혜. 공자를 계기로 ‘인간’에 대한 선현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인문고전의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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