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컨슈머리포트'를 목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간한 K-컨슈머리포트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첫 보고서가 나온 지 40여일이 흘렀지만 소비자들은 뇌리에 박힌 추천 등산화를 찾고 있고, 수익률이 형편없다고 폭로된 변액연금을 파는 보험사들은 아직 후유증에 시달린다. '정보 넘치는데 믿음 안가… "소비에도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필요"'중에서(조선일보, 2012.5.2)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월간지입니다. 온라인 구독료를 받는데도 회원이 700만명이 넘는 대표적인 '소비 정보지'이지요. 이를 벤치마킹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간한 'K-컨슈머리포트'가 요즘 화제입니다. 등산화와 보험사들의 변액연금 수익률 내용이 특히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등산화 매장에서는 리포트 발표 이후 40여일이 지난 요즘도 "컨슈머리포트가 추천한 제품을 보여달라"는 고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매출도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웹2.0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장에서 소비자의 '권력'이 강해졌습니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광고의 영향력은 급감했고, 그 자리를 '입소문'이 메꿔갔습니다. 전문가급의 지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 즉 프로슈머(prosumer)들이 제품 평가에 나섰고, 일반인들도 구매후기와 댓글로 가세했습니다. 물건을 살 때는 해당 기업의 광고보다 '구매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당연해졌지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인터넷 상에는 정보가 넘쳐났고, 소위 '빅 데이터(big data)'의 시대가 왔습니다. 쌓이는 데이터의 양이 너무 많아져 오히려 혼란스러워진 상황.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기업에게 돈을 받고 홍보성 글을 올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인터넷에 있는 정보에 대해 불신이 커진 것이지요. 이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일종의 '관급(官給)' 정보인 K-컨슈머리포트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난 겁니다. '신뢰'. 결국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업이건 정치인이건,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는 단체이건, 누가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느냐가 웹2.0 시대, 빅 데이터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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