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hink normal
새로워지기/사이드 프로젝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by 청춘만화 2019. 2. 11.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 소은 출판사 



나도 그래, 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다른 책을 사러갔다가 아무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내 맘이 그렇다. 


조금 더 여러 단락을 기록해 두고 싶었지만. 저작권? 이슈가 있을지도 모를 것 같아 최대한 추리고 추려 하나의 단락 중 일부 내용에 대한 기록과 내 생각을 담아본다. 이 정도 글을 공유해도 문제가 되려나? 뭐- 여튼, 


되찾을 수 없는 사랑의 허울을 가만히 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묵묵히 일상을 지속하거나, 돌아오지 않을 감정을 붙잡기 위해서 애쓰거나, 나 자신을 갉아먹거나. 그럴 때 책을 읽는다. 나도 그래,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을 타인에게 끝없이 털어놓는 것만큼 고문도 없다. 그래, 맞아 하고 무릎을 탁 쳤다. 나나 상대에게 모두 의미없는 감정 소모의 되풀이가 될 뿐이다. 당사자가 아니니.. 결국 타자의 위로는 종이 비행기 날리듯 허공을 맴돌뿐 내 심장에 닿지 못한다. 나는 의례 고맙다고 하지만 타자는 내 속내를 훤히 보고 있는 눈치다. 물론, 내가 타자가 되버린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감정이입을 해서 종이비행기를 날려보지만 힘껏 날아가는 건 잠시뿐- 시들시들 뱅뱅 돌더니 상대의 심장이 아닌 땅바닥에 처박혀버리고 만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내 생각과, 내 상황과 같은 책을 약을 찾듯 찾아 헤매고 뭐냐- 이 동질감은? 세상 나같은 사람이 있구나. 많겠구나- 나는 시간 날때마다 서점을 찾는다. 다만 개인적으로 대형서점보다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매장을 주로 찾는다. 그리고 기왕이면 누군가가 밑줄치거나 접어 두었거나 메모가 적힌 책을 고른다. 뭐랄까 시험 족보를 보는 느낌이랄까? 또는 첨삭 치료상담받는? 진맥 잡히는 느낌이랄까? 이 책도 그렇게 만났으니까.종이가 닳을 만큼 읽고 또 읽고, 줄 치고 또 친대도 책은 날 외면하지 않는다. 싫증 내지 않는다. 당신의 책 또한 내겐 그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부록-고통과 위안 중에서, 큰 글씨는 내 공감- )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텀블벅에서 소셜 펀딩으로 출판한 작가이다. (링크는 두번째 펀딩이다. 아쉽지만 이미 끝났다.)

작가의 인스타 계정이다. 작가가 일던 책 중에 스크랩한 글들이 올라오는데 심장이 쫄깃해지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글들이 많다. 종종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읽는 책의 일러스트들이 하나같이 촉촉한 느낌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눅눅한? 에곤쉴레 풍의 일러스트나 작품을 선호한다. 뭐 그냥 그렇다는.



텀블벅에 펀딩 소개글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 환자의 
정신과 치료일기입니다!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고, 전문의가 아닌 환자가 쓴 책이라 
사적이고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하지만 어두운 감정만 풀어내기보단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답니다.

읽어보니 맞는 얘기다. 하지만 구질구질하지 않았다. 그리고 느낌은 정신과 치료일기라고 하기 보다 오히려, 독백 같은 느낌을 더 받았다. 나의 모습이 너무 투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심리치료 대화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맞벌이 부모 1세대와 같다. 부모들도 부모가 처음이라. 게다가 맞벌이 부모 1세대이기에 망망대해를 걷는 느낌이 아닐까한다. 그 자식들인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어느때보다 더 치열하고 고된 취업과 가능성 조차 희박한 결혼과 출산 그리고 내 집마련이란 철벽 앞에 주저앉아 있다. 반면 맞벌이 부부 1세대인 우리 부모세대는 그런 자녀를 둔 첫번째 부모세대인 것이다. 그런 환경의 부모 세대를 본적이 없고 그런 자식 세대와 마주한 경험이 없다. 그저 나 살기도 빠듯한 세대이다.

그나마 우리 세대는 원망할 대상이라도 있지만 그들은 원망할 대상은 이미 없는 경우가 많다. 외롭다. 사무치게 외롭지만 외로움이라 인정하기엔 너무 처량 맞다. 그래서 스스로 마지막 권위를 지키기 위해 집 안에서 투쟁하고 집밖에서 투쟁한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흔치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읽는 내내 따뜻했다. 보통 책을 읽을때 줄을 치고 접고 메모하는 편인데 이 책은 깨끗하다. 줄을 치거나 접기엔 책 전체를 접고 메모해야 할 것 같은 우려때문이다. 그냥 고맙다 란 말은 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 말은 작가 뿐만아니라 내게도 해주고 싶다. 아니, 했다 ;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