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성시대가 열리고, 똑똑하게 추측하는 지능적인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이다. 인간의 뇌는 ‘속도가 느린 컴퓨터’라고 말했는데, 우리가 높은 지능을 갖게 된 것은 순환적으로 생각하고 천천히 생각하고 깊이 사색하기 때문이었다. 덩치가 크다고 해서,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지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크기나 속도 같은 투박한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 즉 뇌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더 똑똑해지고 생산성을 높여갈 것이다.”(217p) |
제프리 스티벨 지음, 이영기 옮김 '구글 이후의 세계 -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 인터넷의 미래' 중에서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월간지 럭스멘 11월호에 실린 제 컬럼입니다.)
“인터넷이 뇌로 진화한다.”
저자의 주장이다. SF소설을 읽는듯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터넷의 미래나 뇌에 관심이 있다면 더 들어볼 가치가 있다.
저자는 우선 인터넷이 우리의 뇌와 닮았다고 주장한다. 카메라가 눈과 닮았고 경첩이 관절과 닮은 것처럼. 인터넷은 정보를 유통하고(process), 형태를 빚어서(shape), 전달(transmit)한다. 홀로 계속 작동하며, 심지어 집단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를 가질 수도 있다. 이런 인터넷이 점점 사고하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뉴런과 100조 개가량의 ‘연결’을 가지고 과제를 직렬이 아닌 병렬처리하는 ‘생각하는 기계’이다. 뇌를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기계’라고 하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들어보자. 뇌는 또 컴퓨터와는 다르다. 계산능력 뿐만 아니라 추리력, 직관력 등을 가지고 있다.
“뇌는 계산기로서는 매우 뒤떨어지지만, 예측하는 기계로서는 대단히 유용하다. 인간의 뇌는 수학방정식을 풀 때 가장 간단한 계산기보다 속도가 더디지만, 공의 궤도나 속도를 계산하지 않고서도 공중으로 던진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금방 알아낸다. 뇌는 컴퓨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오히려 인터넷과 아주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한다.”(31p)
이번에는 인터넷을 보자. 인터넷도 세계에서 가장 큰 병렬 아키텍처이다. 인터넷 대표기업들은 요즘 클라우드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20여 곳에 ‘서버 농장’을 두고 50만 대가 넘는 PC들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에 쓰이는 개별 PC들은 대개 3년이면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인간의 세포가 수명을 다하고 새 세포로 대체되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결합하면 뇌의 중요한 세 가지 기능, 즉 정보 저장, 프로세스(처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합된 기계가 된다. 프로세스 클라우드와 커뮤니케이션 클라우드가 융합되고, 그것들이 우연적이고 병렬적인 차원(뇌가 일하는 방식)에서 작동한다면, 인간을 닮은 지능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질 것이다.”(73p)
뇌에서 가장 뛰어난 뉴런은 주변의 다른 뉴런들과 가장 많은 연결, 즉 가장 많은 링크를 가진 뉴런이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지 않은가. 바로 구글의 웹사이트 평가 알고리즘이다. 구글은 웹사이트의 중요성을 얼마나 많은 웹사이트들이 그것을 링크하느냐로 판단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도구 중 최고의 도구라고 말한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파고들 것이며, 결국 월드와이드웹에서 인간을 닮은 지능, 즉 직관, 추론, 창의성이 탄생하리라고 주장한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 그는 지난 1998년에 2009년에 관해 예측을 내놓았었다. “고해상도의 화면을 가진 개인용 컴퓨터가 여러 가지 크기로 나올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다. 또 유선통신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와이파이이다. 그런 커즈와일은 당시 2019년이 되면 1000달러짜리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연산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프트웨어 전성시대가 열리고, 똑똑하게 추측하는 지능적인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이다. 인간의 뇌는 ‘속도가 느린 컴퓨터’라고 말했는데, 우리가 높은 지능을 갖게 된 것은 순환적으로 생각하고 천천히 생각하고 깊이 사색하기 때문이었다. 덩치가 크다고 해서,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지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크기나 속도 같은 투박한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 즉 뇌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더 똑똑해지고 생산성을 높여갈 것이다.”(217p)
이 책은 아직 ‘미지’의 세계인 뇌과학과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찾을 수도 있겠고, 아니라면 그저 한 반짝이는 전문가의 미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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