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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지기/문장 발효 과학

북 | 유마경의 하이라이트

by 청춘만화 2023. 6. 4.


유마경의 하이라이트는 그 무엇보다도 불이법문不에 있다 고 한다. 불이법문에 대해서는 제9장 「입불이법문품에 서 31보살들과 문수보살 그리고 불이법문에 대한 문수보살의 질문 에 유마 거사의 묵묵부답까지 합하면 모두 33가지의 불이不의 예 를 들고 있다. 불이법문, 즉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은 무엇을 의미하 며, 그 의미는 현실세계에서 실현가능한 것일까? 불이의 가르침은 이원론적 대립의 초월을 의미한다. 무엇이 불이법문인지에 대한 문 수보살의 질문에 유마 거사의 답변은 무언無이었으며, 그의 묵묵 부담에 대해 문수보살은 진정한 불이법문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문 수보살에 의하면, 일체 법에 있어서 말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모든 문답을 여읜 것이 바로 불이법문이라고 한 다. 묵묵부답 즉 무언은 그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의 분석과 이원론적 대립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진정 묵묵부답이 불이의 세계일까? 일반적으로 가부可의 질문에 묵묵부답이면 긍정으로 받아들인

다. 이 긍정이라는 의미의 함축도 오직 가부의 질문이 전제되었을 때 만이 가능한 일이다. 만약 문수보살 이외 31보살들의 불이에 대한 견해를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에도 유마 거사의 무언이 문수보살이 찬탄한 불이의 의미를 띨 수 있을까? 유마 거사의 묵묵부답이 불이 법문이 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경우는 모든 세상사에 대한 이론적 이고 분석적인 답변이 전제되었을 때만이 존재한다. 아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는 무언에는 불이법문은 물론 그 어떠한 가치관도 거기에서 유출해 낼 수 없다. 말 한마디 못하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의 무언의 행동이 무념무상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의 무언의 행 동과 같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번뇌 망념에 고통스러운 사람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다 쓰게 마련이다. 답을 찾기 위해 방법을 찾고, 스승을 찾아 길을 나 섰지만, 방향을 잃고 이곳저곳 헤매며 답은 쉽게 찾아지지도 않는다. 답답한 심정에 날은 어둡고 비바람은 몰아치며, 갈 곳이 없어 허둥대 는 스스로의 처지를 무심히 바라보다, 우연히 연못가에 우두커니 놓 여 있는 기암괴석을 바라보고 홀연히 깨닫는다. 허둥대는 스스로의 초라한 모습과 똑같이 비바람을 맞고 있는 기암괴석의 의연한 모습 이 서로 비견되었을 때,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기암괴석의 천만마디보 다 더한 무게의 가르침, 즉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번뇌 망념에 대한 무념무상이요, 대립에 대한 무언일 때 불이법문 은 이루어진다. 현실세계의 고통에서 또 다른 세계의 이상향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가 고통스러운 원인은 그 세계를 고통스럽게 하는 나에게 기인한 것이니. 그 원인의 제공자인 스스로가 원인을 제 거한 순간 현실세계가 바로 이상세계라는 것이 유마경의 기본적 가 르침이다.


-유마경과 이상향, 화공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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