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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지기/문장 발효 과학

푸시 정책, 서비스 시나리오 설계( feat.사물의 소멸)

by 청춘만화 2023. 1. 18.

인사이트,

서비스 기획자로서 푸시 정책을 설계하거나, 퍼널 분석 등을 통해 유입과 이탈을 파악하거나, 자발적인 바이럴 선순환 플로우를 디자인( 또는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필요한 인사이트라 생각되는 부분이 책 후반 인터뷰 자료에 첨부되어 있어 블로그로 가져와 몇몇의 생각을 함께 덧붙여본다. 

생텍쥐 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항상 같은 시간에 찾아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린 왕자의 방문이 리추얼이 되게 하려는 거죠.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리 추얼이 뭔지 설명해요. 공간 안에 거처가 있는 것과 마찬 가지로 시간 안에는 리추얼이 있어요. 리추얼들은 시간을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요. 리추얼들은 시간을 정리하고 정돈하죠. 그 결과로 시간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고요. 오늘날 시간은 확고한 짜임새가 없어요. 시간은 집이 아니라 불안정한 흐름이에요.
리추얼들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삶의 철저한 유동화는 상실을 동반해요. 리추얼은 그저 자유를 제한하기만 하지 않아요. 리 추얼은 삶을 구조화하고 안정화합니다. 리추얼은 공동체를 창출하는 가치들과 상징적 질서들을 몸에 정박해요. 리추얼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공동체의 가까움을 몸으로 체험합니다. 반면에 디지털화는 세계를 탈신체화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감염병 대유행까지 덮쳤어요. 이 대유행은 신체적 공동체 경험의 상실을 심화합니다.
'우리가 혼자서 삶에 닻을 내릴 수는 없냐'고 물으셨죠? 오늘날 우리는 모든 리추얼을 겉치레로, 형식적인 것으로, 요컨대 진정성이 것으로 보면서 배척합니다. 자아를 중심에 놓은 진정성 문화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다름 아니라 신자유주의예요. 진정성 문화는 리추얼화된 상호작 용형식들에 대한 불신을 조장합니다. 오직 자발적인 느낌의 동요만, 바꿔 말해 주관적 상태만 진정성이 있다는 식이죠. 형식화된 행동은 진정성이 없다거나 겉치레라는 이유로 제거됩니다. 예컨대 공손함이 그래요. 나르시시즘적 진정성 숭배는 사회의 야만화를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제 책에서 저는 진정성 숭배에 맞서 아름다운 형식들의 윤리를 옹호합니다. 공손한 형식들은 한낱 겉치레가 아니에요.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공손한 몸짓들이 우리의 생각에 미치는 힘이 강력하다고 말해요. 상냥함, 호의적임, 기쁨을 몸짓으로 흉내 내고 거기에 필요한 허리 굽히기 같은 동작을 하면 나쁜 기분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뿐더러 복통을 완화하는데도 유익하다는군요. 내면적인 것을 고수하는 쪽보다 외면적인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믿음이 없다고 절망하는 대신에 그냥 미사에 가서 기도와 노래를 비롯한 리추얼을 함께하라고, 즉 흉내 내라고 파스칼은 말했어요. 그러면 바로 그 흉내 내기를 통해서 믿음이 돌아온다면서요. 외적인 것이 내적인 것을 바꾸고 새로운 상태를 창출합니다. 바로 이것이 리추얼의 힘이에요.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의식은 더는 사물들에 정박해 있지 않습니다. 외적인 것으로서의 사물은 의식을 아주 효과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어요. 반면에 정보로 의식을 안정화하기는 아주 어려워요. 왜냐하면 정보는 덧없고 현재성을 띠는 기간이 아주 짧거든요.

사물의 소멸 

 

 

포스팅의 배경,

버그없는 법적 이슈가 없는 앱 또는 웹 서비스 구축은 비교적 쉽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이다. 하지만 만듦과 쓰임은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그 다름이 되도록 최소화하길 바라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보다 문제정의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특정 전문가가 아닌 참여하는 내부고객과 사용하길 희망하는 또는 현재 불편을 겪고 있는 외부고객의 참여와 피드백을 통해 진행하기 위해 스크럼이나 애자일과 같은 방법론을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이슈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이나  철학의 사회심리학 쪽에서의 해석이나 그 변화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디자인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길일 수 있다는 자기 성찰적 디자인 윤리가 있듯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개인적 근성이 있는 편이다. 

IT 업계 초년생때, 에이전시나 SI에서 일하며 많은 시간과 비용과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들의 이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아이러니와 아쉬움이 많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처음에는 HCI 개론을 시작으로 디자인과 인간심리, 사용자 리서치, UX, 서비스 디자인, UX라이팅(마이크로 카피), 그로스해킹, 퍼널분석, 에자일, .. 심리학, 철학까지 관심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최근엔 개인의 심리가 아닌 사회 심리나 사회학으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서비스가 아무리 유명해도, 아무리 네카라쿠배당토직야몰두센이라 해도.. 마치 어떤 유제품 기업이나 세재 또는 가습기 관련 기업처럼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사례를 지난 한 해만 해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 배경은 바로,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면서 IT 전문가들은 UX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하게 된 개인의 심리는 개개인 삶의 개선보다는 기업의 이윤창출에 이용되었다.  

하나의 서비스 시나리오를 디자인(기획)하고 하나의 프로덕트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마켓핏 뿐만아니라 사용자 핏과도 잘 맞아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회학 또는 철학에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야 기업의 이윤을 위해 개인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는 서비스를 만들지 않을 수 있고, 그래야 서비스는 좋은데 돈이 안돼서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일종의 성실실패 사례를 최초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양극단에 서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프로덕트를 매니징하는 기술 스펙 구분 없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멤버라면 누구나, 내가 발 담그고 있는 마켓뿐만 아니라 내가 소속된 사회 또는 구성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인터뷰 형태가 되었든 책이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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