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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날들이 모여 멀어져간 오늘../삼팔광땡

도구

by 청춘만화 2019. 3. 28.

 

종종 뭐가 하고 싶은 거니 한다

나는 OA 대부분을 사용한다. 엑셀, 파워포인트, 한글, 키노트.. 그래서? 소위 기획 경력이 있다.

나는 드로잉을 하고 그래픽 툴을 다룬다. 일러스트, 포토샵, 인디자인, 3D MAX, 라이노, XD... 그래서? 소위 디자인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한다. HTML5, CSS3, javascript, jQuery, Java, Spring, PHP, Oracle, MySQL, node JS, 그래서 개발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옷을 만들 수 있다. 일러스트로 구상을 하고 도식화로 구성을 하고 패턴으로 설계에서 봉제를 통해 완성한다. 그래서 패션 브랜드 대한 경력과 개인 샵에서 개인 브랜드 론칭 경험이 있다.

나는 커피머신을 다룰 수 있고 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모카 등. 그래서 바리스타 경력과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나는 무슨 생각 하며 하니 한다 

직장의 대부분이 보통 툴을 다룰 수 있으면 특정한 직업을 지칭하기 시작한다. 그래픽툴을 다루면 디자이너라는 지칭, 프로그램을 다루면 개발자라는 지칭. 남들이 그렇게 말하고 여태 모두가 그래왔다는 전제가 없다면 정말이지 형편없는 권태이다.

 

패션에서는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봉제사라는 직업이 있다. 두 직업 모두 옷을 만드는 일을 한다. 

경우에 따라 제봉틀을 못 다루는 디자이너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너는 디자이너가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단을 자르고 봉제해서 옷을 만드시는 봉제사 분들께 디자이너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디자이너는 기능사가 아니다. 돈을 내는 이들을 위해 미적 요소들을 재구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표현하는 디자인을 하면 그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와서 돈을 지불한다.

IT에서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 이곳에서는 디자이너와 그래픽 작업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경우에 따라가 없다. 그래픽 툴을 다루지 못하는 일단 디자이너가 아니다. 하지만 .. (더 쓰자니 조금 그렇다. 여기서 끝)

 

IT에서의.. 기획은 플래너라 지칭한다.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다.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 어처구니가 없다. 계획은 누구나 세워야 하는 일이다. 프로그램을 메니징 하는 것은 플래너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각 회사마다 서식을 마치 공증된 문서 마냥 다룬다. 그리고 그 서식을 통해 채용을 하고 크라이언트와 의견을 주고받고 그 서식을 통해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그 서식을 통해 혁신을 추구한다. 정말 ㅋㅋㅋ 한 상황이다. 

디자인은 스크린 몽키처럼 스크린 앞에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또는 스캐치 따위를 통해 이쁜 아이콘이나  쫀득쫀득한 UI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능력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의 사람들에게 주목과 관심을 이끌어 내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IT에서의 디자이너 신입의 첫 작업은 대부분 누끼를 따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 세월이 흘어 최근에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마치 기획에서의 서식과 같은 디자인 가이드에 맞춰 개발에 필요한 요소들을 만들고 그 요소들의 이동순서를 정하는 일을 한다. 최악은 이동 순서(시스템 플로우)마저 기획에서 다루는 경우이다. 그럼 정말 그래픽 툴만 다루는 일을 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맞춰 일정 내에 무결한 기능을 구현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을  code 레벨의 언어로 표현 가능한 범위에서 재구성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표현이 목적이 아니라 기능 구현이 목적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발자는 많은데 프로그래머가 없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IT 전문가가 아닌 이들은 프로그래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프로그래머.. 아니, 개발자들은 그것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자기기만이다. 

사실 직업은 아니지 않나? 직장이지 않나?

기획이건 디자이너건 프로그램이건 IT 분야에서는 서식이 생명이다. 그 서식은 때로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라 불리고 때로는 디자인 패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쩌다 oo방법론이라 불리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방법론 이라기보다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캔버스에 이것 저것

 

 

종종 뭐가 하고 싶은 거니 한다, 나는 그냥 

난 그냥,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워드가 편하면 워드를 쓰고, 일러스트가 편하면 일러스트를 쓰고, 코딩이 편하면 프로그래밍을 하는겨 라고 한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소위 IT 서식에 맞추면 기획 쪽이 가장 가까운 거 같아. 난 스스로 평가했을 때 개별 툴을 다루는 기능적인 부분이 전문가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전문 기능을 잘 다루는데 내 인생을 사용할 생각도 없고. 

화가가 미술도구를 사용할 때 아크릴을 사용한다고 아크릴 화가라고 부르지 않아. 유화를 사용한다고 유화 화가라고 부르지 않아. 패션 디자이너가 코튼을 사용한다고 면 디자이너라고 부르거나 실크 디자이너 또는 상의 디자이너, 하의 디자이너라고 부를 일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은 거 같은 거라고 생각해.

업계 기준에서의 직장은 잘 모르겠지만, 난 꾸준히 한가지 직업 생활만 계속하고 있어. 문제를 던져주면 그 문제가 문제인지, 원하는 답이 그 문제의 답이 맞는지 고민하고 대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 그걸 기획이니 디자인이니 하는 거엔 사실 관심이 없어. 기획 툴이 필요하면 기획 툴을 쓰는 거고 디자인 툴이 필요하면 디자인 툴을 쓰는 거야.

최근엔 코딩이 필요하더라고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어.. 물론 한창 일 할 때 공부에 시간을 쓴다는 건 쉽지 않아..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들거든...ㅜㅜ 그래도 좋은 걸 어떻게 ;D

그래서 나는 쓸모 있는 일을 하는 곳을 찾고 있어. 얼마 더 주거나 무슨 일을 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뭐든 하다 보면 벌게 되고 잘하면 더 벌고 하는 거라 생각해.

단지, 뜨악- 하는 일을 하느라 인생과 감정 노동을 하며 살고 싶지는 않아. 이를테면 아무도 쓰지도 않는, 무결한 기능을 구현하는 일이라든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주어진 일과 지불된 만큼만 수행하는 곳 말이야. 생각보다 보편적으로 많아. 전문가의 카르텔이지.. 비단 IT의 문제도 아니고. 물론 내 경험과 성향 그리고 기질에서 비롯된 편견일 수 있어.

 

 

요컨대 이 포스팅의 요는

워드든 일러스트든 JAVA든 결국 머릿속의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거얍. 따라서 다 할 줄 알아도 상관없고 하나만 해도 상관없어. 바보같이 넌 기획이니까 워드나 잘해 같은 생각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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