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을 달리며 복식호흡을 하며 발성연습을 하며 문학제를 준비하던 문학 소년은 본인도 모르게 '아, 시를 읽은게 언제더라..' 하는 서른 아홉 아저씨? 삼촌이 되었다.
그런 아재 앞으로 시툰(poem toon) 한 권이 도착했다. '너무 애쓰지 말고'. 제목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주는 책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엔 조금 걱정 앞섰었다. 과연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시의 내용과 잘 어울릴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였다. 책을 덮으며 영길의 카페와 혜원과의 관계, 그리고 보혜의 미래가 너무 궁금했다. 문득, 아- '용기있게 가볍게' 가 2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찾아보니 ^^ 아쉽게도, 내용은 1편의 내용이 끝이었다.
서점을 가기 전에 '영길'사장님의 표현처럼,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하고 딱 맞는, 그래서 내 등에 소름을 돋게 만든 몇편의 일부 내용을 남겨본다.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 이상<거울> 중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안섹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박목월<사투리> 중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허공속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 ...발자국 발자국이 보고싶다. 발꿈치에서 퉁겨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김기택<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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