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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지기/문장 발효 과학

북 |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 4 냉정과 열정 사이

by 청춘만화 2024. 6. 5.

-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단짝 아모스 트버스키.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한 그들의 연구는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출간되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성향이 극과 극으로

www.aladin.co.kr


...

1.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책이 출간된 배경 
2. '생각에 관한 생각' 책의 저자 대니에 대해
3. '전망 이론' 공동 연구자 아모스에 대해 
👉  4. 공동 연구, 냉정과 열정 사이    
5. 그 사 람- 나를 떠 나 도

 

Daniel Kahneman, right; Amos Tversky, left. Picture source:  Guardian

 

 

동기 

대니는 1973년 말 또는 1974년 초에 '인지 한계와 공공 의사 결정'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이후에 다시 이어진다. 그는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살아 있는 것들을 모조리 파괴하는 능력이 주어진, 밀림의 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적이고 호르몬에 좌우되는 생물체"가 있다고 상상하면 무척 당혹스럽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모스와 함께 이제 막 끝낸 인간의 판단에 관한 연구에서, "오늘날에도 수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건정이 몇몇 힘 있는 사람의 직관적 예주과 호호에 좌우된다" 는 걸 발견하고 더욱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자기 내면의 사고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직감에 의존하려 는 욕구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전체 사회의 운명이 지도자가 저지른, 피할 수 있는 일련의 실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쟁 전에 대니와 아모스는 인간의 판단을 계속 연구하다 보면 나중에는 잠재적 위험이 높은 현실 세계의 의사 결정까지도 연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결정 분석이라 불리는 새로운 분야에서, 위험 부담 이 높은 결정을 일종의 공학적 문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사 결정 체계를 설계할 것이다. 의사 결정 전문가들은 업계, 군, 정부 지 도자들과 한자리에 앉아 모든 결정을 도박처럼 틀을 짜도록 도와주어 이 사건과 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결 과에 가중치를 부여하게 도와줄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허리케인 씨뿌리기를 실행하면, 풍속을 늦출 확률은 50퍼센트이지만 꼭 대피해야 할 사람들에게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확률이 5퍼센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더해 결정 분석가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에게, 직감은 잘못된 길로 이끄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졌다고 상기시킬 것이다.

 

아모스는 강의에 대비해 메모를 남겼다. 우리 사회가 수치 공식을 사용하는 쪽으로 전반적으로 바뀐다면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표현할 여지가 많아질 것이다. 아모스와 대니는 유권자나 주주, 그 밖에 높은 수준의 결정에 영향을 받으며 사는 사람 모두 의사 결정의 본질을 좀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은 결정을 평가할 때, 그것이 결국 않았나 옳지 않았나 하는 결과가 아니라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따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할 일은 옳은 결정 내리기가 아니라 어떤 결정이든 확률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다. 대니가 이스라엘 강연에서 말했듯이, 당시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 전반의 태도 변화“였다.

결정 분석가가 업계나 군 또는 정치 지도자를 정확히 어떻게 설득해 생각을 바꾸게 할지는 분명치 않았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 그들의 '효용'에 번호를 매기게 하겠는가?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도 자신의 직감을 정확히 규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유익하지만 쓸모없는

훗날 대니는 자신과 아모스가 결정 분석가를 신뢰하지 않게 된 순간을 회상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욤키푸르전쟁을 예상하지 못한 일로 이스라엘 정부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짧은 자기반성도 뒤따랐다. 전쟁은 이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본 기분이었다. 이집트는 손실이 더 컸는데도 마치 승전국처럼 거리에 축하 분위기가 넘친 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전쟁이 나기 전 이스라엘 정보부는 숱한 반증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이집트보다 공군력이 우세한 이상 이집트는 절대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겼다. 이스라엘 공군력은 분명 우세했다. 하지만 이집트는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차라리 직접 정보를 수집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자체적으로 정보 부서를 만들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의사 결정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 기본 취지는 국가 안보 문제를 다를 엄격한 방침을 새로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대니가 말했다. "우선 기존의 정보 보고 방식 부터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지. 정보를 수필 형식으로 보고했는데, 수필은 원래 읽는 사람 멋대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 대니는 이스라엘 지 도자들에게 숫자로 표시된 확률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은 발생 가능한 '중대한 사건 또는 관심사 목록을 만들었다. 하지만 장관은 최적의 추정치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는 자기 내면의 확률 계산, 즉 직감을 선호했다.

대니가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결정 분석을 포기했어. 누구도 숫자 때문에 결정을 바꾸지는 않더라고. 이야기가 필요한 게지." 세월이 흐른 뒤 미국 CIA가 대니와 라니르에게 결정 분석에서 그들의 경험을 말해달라고 했을 때, 두 사람은 이스라엘 외무부가 "구체적인 확률에 무관심했다" 고 했다. 도박의 확률을 보여준들 그것을 받아 든 사람이 그 수치를 믿지 않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대니는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수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니까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아. 다들 그런 확률은 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대니와 아모스의 이력에서, 두 사람의 자기 생각에 대한 열정과 상대 생각에 대한 열정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다. 욤키푸르 전쟁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순간은 돌이켜보면 한 가지 생각이 다음 생각 으로 자연스럽게 진전된 때라기보다 사랑에 빠진 두 남자가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을 구실을 찾느라 바빴던 때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이들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률을 가늠할 때 사용하는 짐작 법칙을 탐색해왔는데, 이제 그 탐색을 마무리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구 결과, 결정 분석은 꽤 유익해 보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쓸모가 없었다.


이들은 인간이 불확실성을 다루는 여러 방식에 대해 일반인들이 홍미롭 게 읽을 만한 책을 써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어쩐 일인지 대략의 윤곽을 잡고 앞부분만 계속 고쳐 쓰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옴키푸르 전쟁 이후, 그리고 이어서 대중이 이스라엘 정부 관리의 판단을 신뢰 하지 않게 된 이후, 두 사람은 자기들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교육제도를 개선해 미래의 지도자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판단 했다. 이들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사고의 허점과 오류를 자각하도록 가르치려 했다. 정부와 군 등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상대로 이 를 시도했지만, 일부만 성공했을 뿐이다."

어른들의 생각은 지나치게 자기기만적이었다.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니는 초등학생을 위한 판단 수업을 만들고, 아모스는 고등 학생을 상대로 잠깐 동안 비슷한 수업을 진행한 뒤에, 둘은 함께 도서 제안서를 냈다. 이들은 "이 경험이 대단히 고무적"이었다고 썼다.

이스라엘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면, 그럴듯하지만 잘못 된 직관을 감지하고 바로잡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 아이들이 자라,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서 평화를 중재하려는 헨리 키신저의 노력을 격려하는 지혜를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작업 역시 끝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작업을 더 확대하지 않았다. 마치 대중을 상대하는 일의 유혹에 빠지면 상대의 마음에 관심을 둘 수 없다는 듯이.

그 대신 아모스는 대니에게 자기가 심리학에서 계속 관심을 둔 문제, 즉 사람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함께 연구해보자고 있다. “하루는 아모스가 그러더라고 ‘판단 문제는 끝냈으니까 이제 결정 문제로 넘어가자'고." 대니의 회상이다.

판단과 결정의 구별은 판단과 예측의 구별만큼이나 모호해 보였다. 그러나 수리심리학자에게 그렇듯이 아모스에게도 그 둘은 뚜렷이 구별되는 탐구 분야였다.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확률을 가늠한다.

판단 뒤에 반드시 결정을 내리지는 않지만, 결정에는 어느 정도 판단이 들어간다.


결정 분야에서는 사람들이 판단을 내린 뒤에, 다시 말해 확률을 알거나 안다고 생각한 뒤에, 또는 확률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한 뒤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탐구했다. 저 선수를 선발할까, 저 CDO를 살까, 수술을 할까 아니면 화학요법으로 치료할까 등등. 한마디로 위험이 따르는 선택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지가 이 분야 관심사였다.

그때까지 결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현실은 어느 정도 포기한 채 가상의 도박에 한정해, 실험실에 모인 사람들이 확률이 명시된 상 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연구했다. 결정 연구에서 가상의 도박은 유전자 연구에서 초파리와 같았다. 도박은 현실에서 따로 떼어낼 수 없는 현상을 대신했다.

 

 

결정 이론, 1730 베르누이

아모스가 쓴 교재 <개별적 의사결정> 챕터에 따르면, 대표적인 결정 이론은 1730년대에 스위스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 Danid Bermoulli에게서 나왔다. 베르누이 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설명할, 단순한 기댓값 계산보다 나은 방법을 찾고 있었다.

베르누이는 사람들은 가치를 극대화하지 않고 '효용 utility'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사람의 ‘효용 또는 돈에 부여하는 가치‘은 어떻게 따질까? 그것은 애초에 그 사람 손에 얼마가 있었는가에 달렸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라는 말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이론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나중에 '기대 효용 이론’이라 불린, 너무 일반적이어서 큰 의미가 없는 이 이론에서 그래도 눈여겨볼 점은 인간 본성과 관련한 부분이다.

베르누이는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단정에 더해, '위험 회피‘성향을 보인다고도 했다. 아모스가 만든 교재는 위험 회피를 이렇게 정의했다. "돈이 많을수록 추가로 늘어 나는 돈에 가치를 덜 부여한다. 바꿔 말하면, 자본이 증가하면 1달러가 늘 때의 효용은 줄어든다." 처음 1,000달러가 생겼을 때보다 두 번 째로 1,000달러가 생겼을 때 가치를 덜 부여하고, 마찬가지로 두 번째로 1,000달러가 생겼을 때보다 세 번째로 1,000달러가 생겼을 때 가치를 덜 부여한다. 예컨데 주택화재보험에 들려고 포기하는 돈의 한계가치는 집 이 불타버렸을 때 잃을 돈의 한계가치보다 적다. 보험은 엄밀히 말하면 어리석은 내기인데도 사람들이 보험에 드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기대 효용 이론은 그저 이론일 뿐이었다. 이 이론은 위험이 따르는 결정을 내릴 때 사람들의 행동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거나 예측할 수 있는 척하지 않았다. 대니는 그 사실이 왜 중요한지를 그 대학 교계 에 나온 아모스의 설명을 읽고서가 아니라 아모스가 직접 설명하는 말 을 듣고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대니는 그 사실이 "아모스에게는 신성 한 것"이었다고 했다. 아모스가 공동으로 펴낸 교재는 기대효용 이론이 대단한 심리학적 진실을 주장한 것도 아닌데 심리학적 진실로 인정 받아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제계 전체를 포함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 사이에서 기대효용 이론은 위험이 따르는 선택에 맞닥뜨린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꽤 잘 설명한다고 인정받는 것 같았다. 일단 믿고 보는 이런 태도는 적어도 경제학자가 정치 지도자에게 조언을 건넬 때 영향을 미쳐,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시장이 저절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두라는 쪽으로만 조언을 하게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신뢰할 수 있다면, 시장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1973년 여름, 아모스는 과거에 대니와 함께 인간의 판단은 통계 이론의 규칙을 따른다는 생각을 뒤집었듯이, 이번에는 결정 이론을 지배하는 기대 효용 이론을 뒤집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수학- 스러움이 주는 편향  

아모스는 수리 심리학계에서 높은 위치에 있었다. 수리 심리학계는 심리학의 다른 분야 상당수를 얕보는 성향이 있었다. 대니는 "수학을 쓰면 좀 있어 보이는게 사실이라며, 그 분야가 권위있던 이유는 수학의 분위기를 빌려 왔기 때문이고, 누구도 거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니는 사회과학에서 수학의 권위가 점점 커져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거기서 멀어져 봐야 자기만 손해였다. 하지만 결정 이론은 진심으로 존중할 마음이 생기지도,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대니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이유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는 결정 이론을 대표하는 이론조차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

아모스가 기대효용 이론에 관해 쓴 챕터의 거의 끝부분을 읽던 대니의 눈앞에 다소 안도할 만한 문장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공리를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서 모리스 알레도 그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알레는 미국 경제학자들의 자기 확신을 못마땅해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였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자신들의 이론을 정립한 뒤로, 인간 행동을 수학으로 설명하는 모델이 사람들의 선택 방식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팽배해졌는데, 알레는 특히 그 점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알레는 1953년에 경제학자들 이 모인 회의에서, 기대효용 이론을 끝장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문제를 제시했는데 이것이 그 바로 알레의 역설이다. 그리고 이 논쟁에 이어 미국의 명석한 통계학자이자 수학자인 ’새비지 L. J. Savage‘이다. 효용 이론에 기여한 주요 인물이며, 자기도 알레 문제에 속아 모순된 답을 했다고 실토했다. 새비지는 알레의 도박을 더 복잡한 방법으로 재구성해, 알레의 '역설'이 결코 역설이 아니며 사람들은 기대효용 이론이 예상한 대로 행동했음을 증명했다(또는 증명했다고 생각했다). 아모스는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미심쩍었다.

대니가 결정 이론을 읽는 동안 아모스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대니가 말했다. "아모스의 감각은 흠잡을 데가 없었어.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었지. 그 넓은 분야에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알았어. 나는 그런 감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아모스는 중요한 건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라고 했다. "아모스가 그러더군. '이건 이야기야. 이건 게임이라고. 알레의 역설을 푸는 게임.’”

대니는 알레의 역설을 논리의 문제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대니에게는 그 역설이 인간 행동에 나타나는 기벽에 가까웠다. "나는 거기에 담긴 심리를 이해하고 싶었어." 대니가 보기에는 알레도 사람들이 대표적인 결정 이론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같았다. 대니에게는 그런 선택이 나온 이유가 분명해 보였다.

후회였다


상황1에서 사람들은 나중에 결과가 안 좋으면 자기 결정을 돌아보며 일을 망쳤다고 느낄 것 같았지만, 상황2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500만 달러를 무조건 받는 제안을 거절했다가 나중에 한 푼도 못 받으면, 500만 달러를 받을 낮은 확률의 도박을 거절했을 때보다 후회가 훨씬 클 것이다. 사람들이 거의 다 1번을 택한 이유는 2번을 택했다가 한 푼도 못 받으면 고통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기대효용을 계산할 때 그 고통 피하기도 계산에 들어간다. 후회는 칠면조에서 소고기로 바꾸게 했던, 가게 뒤편에 놓인 햄과 같다.

결정 이론은 알레 역설의 중심에 있는,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것을 기술적 문제로 보았다. 대니는 그 점이 어리석어 보였다. 모순 따위는 없다. 단지 심리만 있을 뿐이다. 결정을 이해하려면 금전적 결과뿐 아니라 감정적 결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후회 예상

대니는 이 주제로 아모스에 게 짧은 글을 계속 써 보냈다. '물론 후회 그 자체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아. 결과를 보고 느끼는 실제 감정이 그보다 앞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지 않듯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회 예상이야. 물론 다른 결과 예상과 함께."
대니는 사람들이 다른 감정이 아닌 오로지 후회만 을 예상하고 거기에 적응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일어 났을 수도 있는 일이 괴로움의 핵심 요소지. 여기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해. 왜냐면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빴을 수도 있는가를 생각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즐겁거나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거든."

행복한 사람이 불행을 상상하는 방식은 불행한 사람이 어떻게 달리 행동했으면 행복할 수 있었는지를 상상하는 방식과 다르다. 후회를 피하려는 욕구는 다른 감정을 피하려는 욕구보다 강하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 후회를 극소화하려 했다. 이 사실에서 출발해 새로운 이론을 찾는다면, 뭔가 나올 것 같았다.

아모스는 어떤 식으로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느낌 후회를 상상한 뒤에 후회가 가장 적을 것을 선택하는 전략을 쓴다고 말하곤 했다. 후회라고 하면 대니를 따라 갈 사람이 없었다. 대니는 항공편을 한번 예약하면, 예약을 변경해야 한결 편할 때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항공편을 바꿨다가 행여 대참사 를 만났을 때 밀려올 후회가 상상되기 때문이다. 대니는 후회 예측을 예측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났을 때,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되는 결정을 내렸을 때, 거기서 오는 후회를 예측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후회는 얼마든지 상상이 가능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손쓸 수 없 는 상황에서도 후회를 상상했다. 하지만 후회의 위력이 가장 커지는 순간은 물론 후회를 피할 수 있었을 때였다. 사람들이 무엇을 후회하 고, 어느 정도나 후회하는지는 명확치 않았다.

두 사람은 욤키푸르전쟁 이후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이 불시에 공격 받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했어야 한다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니와 아모스가 가장 후회해야 마 땅하다고 생각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1967년 전쟁에서 얻은 영토를 돌려주려 하지 않은 일이다. 이스라엘이 시나이를 이집트에 돌려줬다면, 사다트는 애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왜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 아모스와 대니의 생각은 이랬다. 어떤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어쩌면 했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을 때 보다, 어떤 일을 했을 때 그리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했을 때 후회가 훨씬 더 컸다. 대니는 아모스에게 보내는 짧은 글에 이렇게 썼다.

기존 상황을 바꿨던 행동으로 인한 손실의 고통은
아무 선택도 없이 현상 유지한 결과로 겪는 고통보다 훨씬 커.

사전에 조치를 취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재앙에 직면했을 때 조차
그 사람은 그 재앙의 책임이 -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 - 임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


두 사람은 후회 이론을 만들기 시작했고, 후회 규칙이라 할 만 한 것을 찾아가고 있었다(또는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는 '거의 다 됐다'고 생각하다 실패할 때 느끼는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성취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후회는 컸다.' 두 번째 규칙은 후회는 책임감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도박의 결과가 자기 손에 달렸을수록 결과가 안 좋을 때 느끼는 후회가 컸다. 알레의 문제에서 사람들은 도박에서 돈을 못 땄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으로 일정한 금액을 그대로 놓쳐버렸을 때 후회를 느끼리라 예상했다. 여기서 후회의 또 다른 규칙이 나왔다. 이익이나 손실이 정해진 "확실한 결과'와 도박을 두고 선택할 때, 후회는 이 결정을 왜곡했다.
이런 성향은 학문적 관심사에 그치지 않았다. 대니와 아모스는 현실 세계에도 이런 '확실한 결과'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고 보았다. 바로 현 상황이다. 현 상황은 사람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에 해당했다.

대니는 아모스에게 이렇게 썼다. "한참 망설이는 경우, 그리고 긍정적 조치를 계속 꺼리는 경우 중 상당수가 아마도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때 후회 예상은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었다.

대니는 이렇게 썼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가 무엇일지 결정적 정보가 없다는 것이 아마도 우리가 삶에서 후회를 그럭저럭 감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 듯해, 우리는 다른 직업을, 또는 다른 배우자를 택했더라면 더 행복했으리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없어. (…) 그 덕에 우리가 결정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두고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지."
이들은 한 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두고 1년 넘게 연구하고 또 연 구했다. 기대효용이 설명할 수 없는 역설들을 설명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더 나은 이론을 내놓으려면, 이론에 심리학을 접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부의 효용'이라 쓰고 '기대 효용'이라 말하던 - 오래된 이론들 

대니가 헷갈린 것은 기대 효용 이론이 빼놓은 부분이었다. 대니가 그때를 회상했다. "효용을 측정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야. 그런데 가만히 읽어보니까 뭔가 아주, 아주 이상하더라고." 그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돈을 소유하는 효용'을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들 머릿속에서 기대효용 이론은 부의 정도와 연결되었다. 많으면 많다는 이유로 항상 더 좋았다. 적으면 적다는 이유로 항상 더 나빴다. 대니는 그 점이 틀린 것 같았다.

빛, 소리, 날 씨, 기타 태양 아래 그 어떤 것을 감지할 때와 마찬가지로 돈을 생각 할 때도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정도가 아니라 변화다. 사람들은 선택 을 할 때, 특히 적은 돈이 걸린 도박을 두고 선택을 할 때, 이익이냐 손실이냐를 따지지 절대적인 정도를 따지지 않았다.

“긍정적 변화보다 부정적 변화에 더욱 민감한 성향은 돈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생물체로서 인간의 일반적 특징을 보여준다. 원하는 대상을 얻을 때의 행복은 똑같은 대상을 잃을 때의 불행보다 작게 마련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고통에 민감해야 생존율이 높아지니까. 두 사람은 또 이렇게 썼다. "쾌락을 무한정 추구하고 고통에 둔감하도록 타고난 행복한 종은 아마도 진화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대니와 아모스가 이 새로운 발견을 두고 의미를 살피는 사이에 곧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후회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후회는 기댓값이 훨씬 큰 도박을 버리고 확실한 결과를 택 하는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손실을 볼 사람이 위험을 추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아모스와 대니는 후회를 연구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제시된 도박에서 사람들은 그 확실 성에 꽤 큰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그런데 이제, 불확실성 의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목격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확률에 대응한 것이다.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가능성이 희박할수록 감정은 더 강해졌다.

일단 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


극히 낮은 확률에 이 런 감정을 보이다 보니 위험을 대하는 평소의 감각이 뒤바뀌어, 가망 없는 이익을 추구하느라 위험을 추구하고 손실이 생길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위험을 회피했다(복권과 보험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니가 말했다. "일단 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부풀려져. 딸아이가 늦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걱정뿐이잖아." 그리고 그 걱정을 없애느라 필요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곤 한다.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취급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이론을 만들려면, 현실에서처럼 각 확률에 감정 '가중치'를 부여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보험과 복권이 팔리는 이유뿐 아니라 알레의 역설까지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대니와 아모스는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 했다. 이들의 이론은 기대효용 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것을 모두 설명 한 반면에, 효용 이론이 전혀 예상치 못한 점 즉 위험 감수 유도가 위험 회피 유도만큼이나 쉽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에 손실 을 포함시키면 그만이었다. 베르누이가 이 토론을 시작한 이래로 200 년이 넘도록 지식인들은 위험 추구를 호기심으로 간주했었다. 대니와 아모스의 이론이 암시하듯이 위험 추구가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다면 왜 진작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모스와 대니는 이제 그 이유를 인간의 결정을 연구하는 지식인들이 엉뚱한 곳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식인들은 주로 경제학자였고, 경제학자는 돈과 관련한 결정에 집중했다. 아모스와 대니는 논문 초고에 이렇게 적었다. "(보험을 제외하고) 그런 맥락에서 내린 결정은 거의 다 주로 긍정적 전망을 수반하는 것이 생태적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이 연구한 도박은 대부분의 저축이나 투자 결정처럼, 서로 다른 이익을 놓고 선택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익과 관련해서는 위험 회피 성향을 보여, 도박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택했다. 대니와 아모스는 그 이론가들이 돈 이외에 정치와 전쟁, 나아가 결혼을 연구했다면 인간 본성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놓았으리라고 생각했다. 정치와 전쟁에서 마주치는 선택은 골치 아픈 인간관계에서 그렇듯이 대개는 달갑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대니와 아모스는 이렇게 썼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 정치적 영역, 전략적 영역에서 내린 결정의 결과를 금전적 이익과 손실처럼 쉽게 측정할 수 있었다면, 의사 결정자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매우 다른 시각이 생겼을 수도 있다.“

1975년 상반기에, 그들 이론의 초고를 사람들 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제목을 가치 이론 Value Theory 으로 했다가 '위험 가치 이론 Risk- Value Thcory'으로 바꿨다. 주로 경제학자가 정립하고 옹호한 이론을 공격하는 두 심리학자의 글치고는 공격성과 자신감이 대단했다. 이들은 그 오래된 이론은 실제 인간 이 위험이 따르는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진심으로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 이론이 한 것이라고는 "위험이 따르는 선택을 돈이나 부를 대하는 태도만으로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결국, 상대적- 손실

손실이란 뭘까? 대니와 아모스의 이론은 잠재적 이익과 잠재적 손실에 맞닥뜨 렸을 때 사람들의 기분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손실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준거점'보다 나쁜 상황에 처했을 때 를 말한다. 그렇다면 준거점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출발점이다. 현재 내 상태를 말한다. 현재 내 상태보다 더 나빠지면 손실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현재 상태를 어떻게 결정할까?

“실험에서 손실은 꽤 명확하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명확치 않아요."

준거점은 마음 상태다. 심지어 뻔한 도박에서도 사람들의 준거 점을 바꿔 손실을 이익처럼, 이익을 손실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교묘히 조종할 수 있는데, 선택을 설명하는 방식만 바꿔도 가능하다.

두 사람은 경제학자들에게 이 준거점을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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