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hink normal
새로워지기/문장 발효 과학

시간의 향기(문학과지성사-한병철)와 적당한 거리의 죽음(북저널리즘-기세호) 사이에 서서

by 청춘만화 2019. 4. 20.

개인적으로 한병철 님의 책과 북저널리즘 출판사의 책을 수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봄날, 포스팅하기 적당한 토요일에, 드문드문 간헐적 독서의 과정에서 두 글에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목도하게 되어, 이 코끝 찡한 설레임을 간직하고자 몇자 남겨둔다.

시간의 향기(문학과지성사-한병철), 적당한 거리의 죽음(북저널리즘-기세호)

 

 

시간의 향기(문학과지성사-한병철)  

|  현재의 역설(p.67) 중에서 

길은 장소 자체만큼이나 풍부한 의미론을 자랑한다. 예컨데 순례의 길은 가능한 한 빨리 지나버려야 할 텅빈 공간이 아니다. 순례의 길은 오히려 도달해야 하는 목표 자체의 일부를 이룬다. 이때 길 위에 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걷기는 참회, 또는 치유, 감사를 의미한다. 그것은 일종의 기도이다.
반면 관광객의 사전에 건너감이 없다. 관광객에게 모든 곳이 여기요. 지금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길 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길은 볼거리가 없는 공허한 통로로 전락한다. 모든 곳이 여기와 지금이 됨에 따라 사이공간은 헐벗고 모든 의미를 상실한다. 그것이 오늘날 경험의 특징적인 점이다.
간격은 그저 주춤거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간격에는 질서와 구조를 부여하는 기능이 있다. 간격이 없으면 일정한 구조도 방향도 없이 나란히 늘어선, 혹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사건들만 남을 것이다. 간격은 지각뿐만아니라 삶 자체를 구조화 한다. 전환기와 단계를 통해 삶은 일정한 방향, 즉 의미를 획득한다.

 

| 약간? 많이 편집된 메모

낡아 빠진 것  같은 울림 - 진리와 인식은 지속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점점 짧아져만가는 현재속에 진리는 빛을 잃는다.
길 은 극복의 장애물 또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며 목표 자체의 일부이다. 
크리스마스 앞, 4주간의 강림절 기간은 사이상태와 같다. 존재란 지금 여기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여행 서비스와 콘텐츠, 행사 등을 기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아, 이런 글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면 기세호 님의 글을 떠올리게 되었다.

 

 

적당한 거리의 죽음(북저널리즘-기세호)

| 공간은 살해당했다(p.54) 중에서 

전통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바뀌는 사이, 전례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그 변화의 방아쇠가 된 것은 엉뚱하게도 철도와 기차의 등장이었다. 철도와 기차는 이전까지 사람들이 알던 세계를 산산조각 낸 다음, 다시 직선으로 이어 붙였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이를 공간의 살해라고 표현했다. 
"이제 우리의 직관 방식과 표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도 흔들리게 되었다. 철도를 통해서 공간은 살해당했다. 내게는 모든 나라에 있는 산들과 숲들이 파리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미 독일 보리수의 향내를 맡고 있다. 내 문앞에 북해도의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시대의 징후를 앞서서 포착한 시인들은 기차로 촉발된 새로운 공간의 경험, 거리감의 변화를 지적했다.빠른 속도로 가로지른 중간의 땅들은 마치 생략된 것만 같다. 철도의 등장은 화약과 인쇄술에 버금가는 '인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숙명적인 사건' 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사물>이라는 글에서 거리의 문제, 구체적으로 간격의 상실이 일으킨 삶의 변화상에 대해 본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 이전에 작성했던 포스팅과 중복되어 링크로 대신함.. http://bitly.kr/5cmSF )
산업화 이후에는 사물들 사이의 간격이, 전통적인 거리감이 사라졌다. 오늘날 절대적으로 멀리 있어 닿을 수 없는 곳이란 없다. 상실된 거리감은 곧이어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거쳐 띄엄띄엄 파편적으로 경험된다. 그 각각의 고유성보다는 하나의 동일한 시스템상의 수치적 차이점들로 인식된다. 제 나름의 아우라는 잃고 말 그대로 균질하게 취급당한다. 균질해진 공간은 필요에 따라 편집이 가능해진다. 편집이 가능한 도시는 곧 팽창하고 급속한 팽창을 거치며, 총체적 파악이 거의 불가능한 하나의 어마어마한 시스템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떠오르지만 쌩뚱맞게 인공지능에 대한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현업? 직접적으로는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된다. 

두 책을 통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의미와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 등에 대한 플로우를 재정의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댓글